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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역사

커피의 역사 - 기적의 음료

by 앤유 2021. 1. 17.

쉬오뎃 수도원의 이맘과 수도승들이 처음으로 커피를 맛보았을때 활력을 가져다주는 이 물질의 본질에 대해서 알고있었을까? 당연히 몰랐을것이다. 수세기가 지나서야 화학자들이 이 약물을 분별해내고 이름을 부여했다. 이물질을 최초로 추출해낸 사람은 독일의 화학자 룽게로, 1820년의 일이다. 문제의 성분은 알칼로이드라고 알려진 물질군에 속해있으며 화학구성은 흔히 카페인이라고 불리우는 트리메틸디옥시퓨린이었다. 반짝이는 하얀 국수모양의 크리스탈 형태의 이 물질은 백조의 솜털이나 눈을 연상시키며, 약간 쓴맛에 향기는 없다.

 인간이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 약은 커피콩 외에도 다양한 식물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연을 커다란 가면무도회라고 한다면 트리메틸디옥시퓨린은 여러모습으로 위장한 무도회의 손님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성분을 가진 다양한 식물이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었다. 수단의 니그로들은 콜라넛 추출물에서 커피와같은 효과를 보았고 남아프리카의 부시맨들은 사이클로피아 잎을 달인 물에서 이를 발견했다. 또 파울리니아 쿠파나의 씨앗을 볶은 것은 아마존 인디언들이 만드는 '과라나'라는 카페인 연고의 재료였다. 오래전부터 브라질 사람들과 파라과이 사람들은 마테잎으로 카페인을 함유한 차를 만들어 먹곤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자연상태로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더욱이 "나 여기있어요" 하고 소리치지도 않았을터인 이 냄새없는 화학물질을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발견할수 있었다는 점이다. 과학의 도움없이도 신체적 정신적인 갈구는 자연스럽게 트리메틸디옥시퓨린에게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러나 카페인을 함유한 다른 어떤 식품도 커피만큼 인류문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수단의 콜라넛의 일종 콜라 아쿠미나타는 커피보다 더 많은 카페인을 함유하고서도 문명세계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 변화는 에티오피아에서 건너온 코페아 아라비카가 아랍인에 의해 처음으로 커피로 탄생하면서 일어났던 것이다.

 

 이 계통의 전문가로서 바젤대학의 교수였던 러시아계 스위스인 구스타프 폰 붕게는, 카페인에 대한 갈구가 인간의 모든 조직세포안에 미세한 양이 들어있는 크산틴이라고 하는 질소함유 물질과 카페인이 흡사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인간의 카페인에 대한 갈망은 결국 인간의 조직을 이루는 물질 가운데 하나인 크산틴을 축적하고자 하는데서 생겨나는 무의식적인 욕구라는 것이었다.

 인체의 동맹군으로서 몸이라는 요새에서 실제로 필요한 물질이든 아니든 카페인은 입구를 통과하기가 무섭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아지경 또는 다른세계에 온듯한 느낌을 유발하며 놀랄만큼 교란된 정신상태로 상대를 밀어넣는다. 이어 혈관이 팽창되면서 요새의 도개교가 내려진다. 중앙신경계인 뇌와 척추는 카페인의 자극적인 작용에 침범당하여 무단으로 점령되고 만다. 참으로 대단한 각성제가 아닐수없다. 카페인은 뇌의 연수내의 호흡기 중추에 영향을 미치고 신체 전 기관의 가스 교환을 점점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강력한 힘으로 심장근육의 고동을 촉진시킨다. 팔, 다리의 관절에 대해서는 인체의 자가중독에 의한 듀옥물질(피로물질)의 축적을 퇴치하며 두개공 근육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창자의 연동운동과 신장의 활동을 촉진한다. 이렇듯 인체의 모든 세포는 카페인이 도달하면 곧장 기력을 되찾는다.

 

카페인을 연구한 대표적인 인물로 미국의 생리학자인 호레이쇼 우드와 홀링워스가 있다. 우드는 카페인이 순환기와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홀링워스는 카페인의 자극을 받을떄 지능 변화를 조사했다. 홀링워스는 1912년 76000개의 측정치와 다양한 실험결과를 발표했으며 우드역시 카페인의 근육에너지 촉진기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카페인은 척추의 반사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며, 이는 별도의 기능 저하 없이 근육을 활발히 수축시킨다. 따라서 카페인을 주입했을 때 모든 근육운동은 그렇지 않을때보다 더 활발하며 상대적으로 뛰어난 결과가 나타난다." 결국 우드는 다음과 같은 획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카페인의 영향을 받은 근육이 항상 더 활발히 기능한다면 카페인은 자연스럽게 피로응 축적시키지 않고도 쉽게 근육의 수축을 강화할수 있을 뿐 아니라 근육의 경제적 이용까지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말해서 똑같은 에너지를 소모하고도 더 많은 일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노동프로세스에 있어서의 경제성'에 관한 이러한 법칙은 1925년 앨러스와 프로인트의 연구로 힘을 얻게된다. 이들은 커피가 근육은 물론 두뇌의 에너지원 역할을 한다는 것까지 입증해보였다. 이들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을 대단히 원활하게 촉진시키는 반면 이전에 배운 지식의 재생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않는다고 했다.(그러나 기존의 지식을 확대 재생산하는것은 새로운 이미지와 아이디어의 과하마때문에 저해되는 경향이 있다). 이 실험은 추상적인 생각을 할때 사고의 시각적인 요소가 더 두드러지며 나아가 사고의 지성적인 요소도 훨씬 풍부해질뿐만 아니라 세세한 표현력도 더욱 촉진된다는것을 보여주었다. 다른말로 펴햔하면 간단한 '움직임'을 바라볼때도 머릿속에서 이를 시각적으로 세분화한 조각그림의 수가 훨씬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감가에 의한, 그리고 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연상은 두뇌의 전방으로 가는 반면, 자동적인 연상은 두뇌의 후방으로 간다. 그리하여 커피는 효과적으로 브레인 파워를 촉진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속에 저장된 이전의 자료를 재생산할때는 커피가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될수있음을 유의해야한다." 어쨌든 커피가 두되에 작용하는 창의적인 힘을 제대로 묘사한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커피는 이렇듯 반항적이고 반 보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여 역사를 뒤흔드는 폭풍의 선봉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20세기에 홀링워스와 우드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연구했고, 근세 초 아라비아의 해안에서부터 시작된 커피음용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게되었다. 그야말로 커피는 지구촌의 모습을 바꾸어놓았으며 커피가 야기한 인간의 근육 및 뇌의 자극과 변형은 역사의 외관을 변형시켰다.

 

 의심할 나위없이,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과 끊임없이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오늘날의 뉴욕은 1300년대의 로마와 엄청나게 다르다. 생각하기에 따라 부지기수이겠지만, 그 변화의 이유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커피의 발견 이래 인간의 노동시간이 이론상으로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찾을수있다.

 

 고대와 중세시대를 통틀어 신경계통에 작용하는 약물로 알려진 것들은 반드시 마취나 진정효과가 있는것들(생태학적으로 고려할때 알코올성 음료야말로 마취 또는 지각의 마비에 딱 들어맞는 식품이 아닌가?)이었다. 각성제는 발견된 적이 없었다. 거대와 중세의 문명을 떠 받쳤던 인간에게 몸을 깨어있게하고 잠을 쫓아줄 순수한 자극제의 역할을 하는 식품이나 약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커피의 발견은 인류에게 놀랄만큼 큰것, 또는 놀랄만큼 작은것을 알게해준 망원경이나 현미경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니고있다. 커피의 영향은 인간 두뇌의 능력과 활동을 예상외로 크게 증대시켰으며 궤도를 바ㅏ꾸어놓았따. 커피가 발견되지 않았던 수천년동안 사람들은 몸이 지치면 일을 끝내곤 했다. 그런데 피곤함이 불러오는 잠은 작업의 본질을 바꾸어놓았따. 잠에 의해 방해받은후에 일을 재개하는 사람은 이미 같은 사람이 아니었으며 작업을 처음 시작할때의 그도 아니었다. 잠이 사람을 바꿔놓은 것이다. 사실상 커피라는 자극제가 발견되기 전에는 남다른 작업, 고도의 정확함과 분 단윌의 정밀한 측정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어느 세기에나 존재했던 특별한 의지력을 가진 몇사람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커피가 발견되고부터는 천재와는 거리가 멀었던 대다수의 사람들도 자신들의 두뇌상자안에 '천재적인 다재다능함을 갖춘 온순한 가축'이 들어있음을 알게됐으니 경이로운 일이 아닐수없다. 수학, 화학, 물리학 등 광의의 '철학-수학'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모든 과학 분야들, 그 속에서도 특히 의학과 그에 수반되는 원칙들은 고대사회에서는 아주 제한된 몇몇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연구되고 실행되고 진보가 이러지고 이해되었다. 왜냐하면 인간 사회가 잠의 대합실과도 같은 와인의 영향력아래있었을때는 문명화된 사람들 대다수가 지성적인 연구를 몹시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창한 말솜씨를 숭배했던 바쿠스 문명의 역기능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감성적 사고와는 반대개념인 분석적 사고는 현대사회가 개막된 이래 문명의 주요한 특징이라 할수있는데 여기에는 무시할수없는 커피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 별다른 노력없이도 수많은 사람들과 학자들이 차별화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며 제각각의 활동에 종사할수있는것은 고대에는 아르키메데스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뛰어난 천재들에게나 가능했던 것이었다.

 

 한잔의 커피는 그야말로 기적이다. 유대관계를 멋지게 집합해놓은 음악의 하모니와도 같은기적.

 미각이 청각보다 더 정확하다해도 미각신경은 순수한 카페인에만 반응을 보이며 미미하고 별로 흥미롭지도 않은 자극은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커피의 성분중 미각돌기에 작용하는 것은 지방과 미네랄이며 후각신경의 말단을 자극했다가 휘발되는 물질은 에테르 페놀 퍼퍼럴 아세톤 아몸니아 화합물 이밖에도 20가지쯤되는 미량원소들인데, 이것들이 잘 배합되어 한잔의 커피의 맛과 매혹적인 향기를 만들어 내는것이다.

 

 이때 중요한것은 그 배합의 비율이다. 각 물질이 자칫 잘못배합되면 하모니는 커녕 조잡한 불협화음이 생길수있으며 그 결과는 메스꺼움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커피를 커피답게 만드는 풍미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트리메틸아민은 상한 생선냄새보다도 더 역하지만 잘볶아진 커피콩에서 발경되는 적절한 비율의 트리메틸아민은 매혹적인 커피향을 만들어내는 주역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의 독성은 단순한 부조화 이상의 가능성을 지니기도 하는 것이다.

 

  커피는 다양한 재료가 끊임없이 춤을 추는 무도장이다. 커피콩이라고 하는 작은 천체를 분석할때 "춤은 만인 공통이다" 라는 낭만적 유물론자와 자연주의 철학자들의 명제가 떠오른다. 수없이 반복되는 끌어당김과 밀쳐냄, 호감과 조화! 인류라는것은 인간 자체뿐 아니라 개개인이 먹고 마시는것들로도 구성된다. 우리의 입을 통해 들어가는 악마들로도 구성되는 것이다. 인류역사에서 어느시대에는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잠의 악마가 세상을 지배하고 또 어떤시대에는 각성의 악마가 이를 압도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리지않는 난제이다.

 

 커피는 독특한 혈연관계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족장과 씨족의 일원이 나란히 걸어가는 형태였다. 한 예로, 어느 화학실험실에서 커피의 혈연에 관한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졌는데, 함부르크대학의 교수인 노트봄이 발견해낸 트리고넬린이 그것이다. 이는 알랔로이드계 활력소로서 커피에 카페인말고도 또 다른 활성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이 물질은 독일의 화학자 한치가 증명했듯이 담배의 활성인자인 니코틴의 주요 구성물중 하나였다. 

 

 처음 커피와 담배에 대해 들었을 때, 당대 문명의 피로를 제압한 두 위대한 정족자가 화학적으로 나란히 선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지리학자들이 미지의 땅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옛날 스와비아에서 다뉴브 강와 라인강이 제각기 동쪽과 서쪽을 향해 갈라져 흐르기전 하나의 강으로 뒤섞인 물이 아래에서 흐르고있는 그 영토를 보는긋한 감흥이었다. 커피와 담배가 서로 분리되기전에 잠깐동안 마력의 요소를 공유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는 느낌이라고나할까.

 

 진실로 춤은 만인 공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