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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역사

커피의 역사 - 예멘의 밤

by 앤유 2021. 1. 14.

용암과 석회암의 표면처럼 뜨거운 예멘의 대지는 밤이 되어서야 잠깐 열기를 식히는 여유를 누렸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은 아침일찍 떠서 밤 늦어서야 기울었다. 밤도 짧고 뜨거워 숨막힐듯 갑갑하기만 했다.

서쪽으로 몇 마일 걸어가면 바다가 나오는데, 물은 얕고 미지근했다. 태고이래 홍해로 알려져온 그 바다이다.

구릉지대 사이로는 좀체 나무가 눈에 띄지 않았다. 산등성이와 메마른 개울에는 관목만 무성했고, 키작은 아카시아들은 메마르고 타는 듯한 대기속에서 여윈 모습으로 움직임 없이 서있었다,. 금색, 갈색 가시금작화의 엽침은 닭벼슬 같은 잎줄기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알로에는 맛이 썼고, 대추야자만이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그너머로 녹슨 빛깔의 산등성이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용암의 흐름이 만들어낸, 보기에도 섬뜩한 그 산등성이의 이름은 제벨쇼머다. 제벨쇼머의 정상에는 어떤것도 자라지 않았다. 인적도 드물었다. 이따금 길 잃은 염소들만 정상까지 올랐다가는 발길을 돌리곤 했다. 누구도 강요하는 이는 없었지만 개중에는 모험심이 발동하여 혹은 철저한 고독을 갈망하여, 그곳에 가는 이들이 있기는 했다. 그들은 몇주일만에 지치고 엉망이된 상태로 돌아왔다.

염소들은 수도원 소유였다. '증언하다'라는 의미의 이름을 지닌 쉬오뎃 수도원은, 세상 만물이 그렇듯 창조주 알라에 속해있었다. 유사 이래 염소와 인간 사이에는 일종의 계약이 있어왔고,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즉, 염소들은 수도원에 우유와 털을 제공하고, 수도원에서는 염소에게 목동과 감시견을 붗여 보호해주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편의대로 계약을 자주 위반하는 측은 수도승들이었다. 수도승들은 수시로 염소들을 잡아서 모로코 가죽이나 코도반 가죽을 만들었다. "코란"이 기록된 양피지를 보면 알수있듯이, 염소의 살코기는 수도승의 입속으로 게걸스레 들어갔고, 가죽은 타는 듯한 대기중에서 완전히 말려진 후에 알라의 대변자 마호메트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도구로 쓰였다. 염소들은 목동이나 감시견의 시선이 미치는곳 너머까지 쉽게 돌아다닐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대부분이 줄곧 산기슭에서만 지냈다.

모ㅓㄱ동들은 별달리 할일이 없었다. 그들이 곧잘 거짓말쟁이나 허풍쟁이, 모략가로 등장하곤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례로, 호메로스의 영웅담에 나오는 참견쟁이 양치기 멜란테우스는 자신이 지키는 짐승보다도 못한 탐욕과 불순함을 스스로 드러내보인다. 그나마 예외가 있다면 고대 로마의 작가 클로디우스 아일리라누스로하여금 별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믿게 만든 양치기들 정도라고나 할까. 아일리아누스는 이렇게 쓰고있다. "염소가 지닌 특별한 매력중 하나는 호흡방식의 특이성이다. 이동물은 콧구멍외에 귀를 통해서도 숨쉴수 있으며, 발굽이 갈라진 짐승중에 가장 예민한 동물이라고 할수있다. 사실 나는 염소가 어떻게 해서 귀로 숨을 쉬는지 모르며, 다만 내가 들은대로 적을 따름이다. 그저 프로메테우스가 염소를 그렇게 창조하였으며, 그 이유 역시 프로메테우스만이 알수있을거라고 짐작한다."

 

쉬오뎃 수도원의 양치기들은 자신들의 책무를 잘 알고있었다.

그들은 프로메테우스의 피조물인 염소들의 평화와 안정에 방해가 되는게 무엇인지 잘 알고있었다. 염소가 높은곳에 오르고 뿔로 들이받고 나무 밑동을 갉아먹는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또 끊임없이 소금을 갈구하며, 한 주에 한 번 혹은 더 여러 번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천천히 돌아오곤 한다는것도 잘 알고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동물들이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하여 주인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염소들은 지금껏 사람과 똑같이 12시간을 단위로 움직였다. 해가지면 잠자리에 들어 사지를 길게 뻗고 누워서 마치 돌처럼 움직임없이 자곤했다. 그런데 그 염소들이 이상하게도 불면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염소들은 7~8일간 잠도 자지않고 암석을 기어오르고, 케이퍼를 물어뜯거나 서로 쫓아다니고, 매애매애 시끄럽게 울어댔다. 또 벌건 눈을 하고는 수염 난 대가리를 이쪽 저쪽으로 들이밀다가 목동을 발견하면 시위에서 화살이 날아가듯 빠르게, 발작적으로 돌진하곤 했다.

"고트서커가 또 극성이구먼" 늙은 목부가 말했다. 밤새도록 염소의 젖꼭지를 쪼아대는 습성때문에 고트서커라는 별명이 붗은 쏙독새는 염소를 매우 성가시게 하는 존재였다.

"고트서커란 건 없어요." 젊은 하산은 비웃듯이 말했다.

"뭐라고? 나흘전에 어둠속에서 찍찍대는 소리가 나는걸 못들었니?"

"물론 들었죠. 분명히 쏙독새소리였어요. 그렇지만 그 새는 염소젖을 먹지않아요. 그건 아이들 우화에서나 있는 얘기죠. 내 손바닥보다도 작은데 어떻게 부리로 염소 젖꼭지를 물며 달라붙어있겠어요?"

"멍청이같으니, 발톱으로 털에 매달려있는거지."

두 남자는 화가나서 서로를 향해 지팡이까지 흔들어대고있었다. 늙은 압둘라가 둘 사이를 떼어놓았다.

"언덕에 가서 이맘을 모셔와!"

이리하여 수도원 원장이 왔다. 그는 바싹 여위었고, 펄럭이는 턱수염에 붉어진 눈꺼풀로 앞을 들여다보는 듯한 큰 눈을 지녔으며, 피부는 마치 가죽같았다. 그런 그가 목동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오히려 더 염소처럼 보였다. 이윽고 염소 두마리가 끌려왔다. 염소 젖꼭지는 상한데가 없었고, 새가 뜯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염소가 독을 먹었나보군."

"염소가 어디서 독을 찾아냈다는 말씀이세요?"

"따라다니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해라."

그러나 젖통이 퉁퉁 불은 염소들은 여전히 머위, 샐비어, 미모사, 금작화, 케이퍼등을 밟아대고 씹어댈뿐 잠들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염소에게 요술을 건 식물을 찾아냈어요."

수석보좌관 다우드와 함께 그늘에서 쉬고있던 이맘은 이말에 고개를돌렸다.

그의 앞에는 목동 한사람이 작은 가지를 들고 서 있었다.

어두운 녹색의 단단하고 빛나는 잎이 달린 이 가지는 월계수와 비슷했고, 나무라기보다는 관목에 가까웠다. 잎사위의 엽액에서부터 짧고 하얀꽃이 핀 것이 자세히 보면 자스민 같기도했따. 꽃이 져서 떨어진 자리에는 자홍색을 띤 작은 딸기같은 열매가 매달려있었다. 엄지와 검지사이에 넣고 만지만 꽤 크다고도 느낄수 있을법한 그런 열매였다. 이맘은 놀라서 가지를 이리저리 흔들어보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알고있는 많은 식물중 어느것과 닮았는지를 떠올려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알려지지않은 특성들이 조합된 새로운 식물 같았다.

"네 염소가 이것을 먹었다고?"

목동은 틀림없다고 대답했다. 당연히, 이 알려지지 않은 관목류의 잡목은 염소가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목동에게 발련되었을 터였다.

"어느쪽에 있느냐?"

"북쪽이오"

이맘과 다우드는 목동들이 이끄는대로 돌더미와 돌무덤을 넘고 가시금작화, 용설란, 가시나무 등을 헤치며 세시간 넘게 기어올라가서 잡목숲에 이르렀다. 그곳은 습하고 뜨거운 와디였다. 거기에 그 희한한 식물이 있었다. 6피트에서 12피트길이에, 나무라기보다는 웃자란 관목처럼 보이는 이 식물은 처음보는 것이었다. 이맘은 꽃과 잎을 조금씩 듣어서 씹어보았으나 곧 뱉어냈다. 쓰지도 달지도, 짜지도 시지도, 그렇다고 기름지지도않았다. 말로 표현할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염소 떼를 유인할만한 향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결국 발길을 돌렸다. 다우드는 이 낯선 식물이 약초의 일종일거라고 했다. 수도원에는 아랍인들의 식물 지식이 적힌 양피지 꾸러미가 소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약초에 대한 대목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 생각에, 이 관목은 야생이 아니고 정원에서 키우던 것이 들판으로 퍼져나간 것 같구먼" 이맘이 말했다.

다우드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런 황량한 사막 가운데 정원이 있었을까요? 진이라해도 이런 불모지에는 정원을 못 만들겠네요."

"진께서 그런 정원을 만들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이맘에 대답했다. "자네도 들어봤을거야. 수세기 전 우리땅이 이교도들에게 침략당한 적이 있어. 자칭 로마인이나 프랑크인이라고 부르는 북반구의 백인 기독교인 루미스, 퍼링기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세. 내가 말하는 이교도란 서방의 기독교들과 에티오피아 와의 백성인 아프리카의 흑인 기독교도들을 가리키는거야. 좁은 홍해의 물길을 가로질러 '카파'라고 알려진 땅에서 온 이들이었지. 그들은 자국의 동물들을 데리고왔고 자신들이 애호하는 식물과 꽃들도 들여왔다네. 내보기엔 이게 카파나무라고 하는것같은데....."

"만약 이 나무에 마력이 있다면, 우리도 들어봤어야하지 않을까요?"

젊은 다우드는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이런나무야 사실 흔히 볼수있는것들이고, 알라께서 특별한 능력을 내리셨을거라고는 믿기 어렵습니다."

 그러는 사이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금속성의 광택이 나는 커다란 연두색 딱정벌레가 방으로 날아들었다. 벌레는 수도승들이 가지고 들어온 가지에 핀 꽃위를 갈망하듯이 맴돌았다.

젊은이는 말을 이었다. "목동들이 거짓말을 한 걸지도 모르지요. 그들은 무슨 일이든 우리를 속이는 게 습관이 된 사람들이니까요. 염소털 사이에 딱정별레나 독한 진드기를 집어넣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지요. 이 해출들이 불쌍한 짐승들을 잠 못 들게 한 것일수도 있어요. 지금쯤 그 불한당 같은 놈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있겠지요. 알라께서 자신의 피조물을 잠 못 들게 괴롭히는 식물을 만들었다는, 그들이 지어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고 우리가 속아넘어갔으니 말입니다. 믿음이 깊은 유식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으니 즐거울수밖에요."

 다우드는 이맘에게 밤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 이맘은 기도를 올렸다. 햇빛이 일시에 사라지면서, 붉은 하늘은 평화로운 녹색으로 바뀌었다가 이내 어두운 푸른색으로 변했다. 저녁별이 전원에 은색의 빛을 비추었다. 열대의 열기와 쨍쨍한 햇볓 끝에 맛보는 서늘한 서광은 참으로 감미로웠다. 

 물이 가득든 염소가죽 주머니를 단 당나귀들이 언덕으로 매놀렸다. 들로 나가는 당나귀들의 울음소리가 떠들썩했다. 수도원에는 우물이 없어 아침저녁으로 물항아리를 채워야했다. 수도승들이 유약을 칠하지않은 질그릇을 들고 저마다 물을 받으러 숙소에 나오기 시작했다. 염소 가죽주머니에 담아둔 물은 쉽게 상하기 떄문에 몇시간동안 신선하고 달콤하게 유지될수 있도록 항아리에 롬겨 담아야 했다.

 이맘도 자신의 항아리를 채우러 앞마당으로 나갔다. 그는 다우드의 말처럼 이 모든 일이 목동들의 속임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 요상한 식물이 미지의 힘을 발휘한 것인지 알아내는 작업에 신이 나있었다.

 "내가 먹어봐야겠다." 그는 잎과 꽃을 그릇에 던져넣고 숟가락으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딸기 같이 생긴 열매도 넣었는데 숟가락이 열매속의 씨앗과 부딪쳐 잘 이겨지지 않았따. 열매는 딱딱하고 단단해서 차가운 물을 부어봐도 별 효과가 없었다. 그는 씨앗만 남기고 물, 꽃, 잎은 모두 걸러냈다. 그는 점점 더 이 연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화덕의 냄비에 씨앗들을 넣고 가열했다. 그랬더니 물이 증발하고 내용물이 건조되면서 검은 덩어리가 되었다. 그는 사발에 덩어리를 집어넣어 가루로 만든후, 따로 물을 좀 끓여서 가루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물은 게헤나에서 가장 낮은곳에 위치한 바다색깔만큼이나 어두운 색으로 변하면서, 지금껏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냄비에서 풍겨나왔다.

 이맘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냄비에서 한 잔을 따라내어 마셔보았다. 쓴 맛이 났고, 냄새 맡는것이 금지된 송진 냄새와 더불어 나무가 타는 냄새가 났다. 에블리스의 방울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미같은것이 느껴졌다. 그는 실험을 그만두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몇분이 지나지 않아, 쉬오뎃의 수도승 이맘은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변해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듣거나 경험해온 도취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도취상태가 되었다. 이맘은 독실한 무슬림되고나서는 술 한 번 마신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왼쪽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갈비뼈사이에 미묘한 통증같은 느낌이 있는가 싶더니 심장이 거칠게 뛰면서 리드미컬하게 확장되었다가 다시 수축되었다. 아니 리드미컬하기보다는 불규칙적이었다. 그는 땀을 흘리고 있었고, 사지에서는 기분 좋은 민첩함이 느껴졌다. 원래 이 시간은 밤의 지배속에 잠이 서서히 밀려와 관절을 느슨하게 만들어놓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그간 그가 알고있던 자신의 몸에 대한 그러한 관념도 멀리 달아나버렸다. 그의 마음은 평상시와 다르게 활동적이었고, 즐거웠고, 무엇보다 각성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는 단순히 생각만 하고 있는것이 아니었다. 그의 생각은 눈앞에 생생하게 평쳐졌다. 그는 생각들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것을 보았다. 그것들은 한 팀을 이룬 말들처럼 경주를 했다. 원래는 아주 희미하던 수많은 세세한 부분들이 또렷해졌다. 팀을 이룬 말들은 땅위를 더 빠르게 달렸으며 혼란스러움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여느때보다 5배나 10배쯤 더똑똑히 생각할수가 있었다. 아무런 노력이 없이도, 이맘은 '한가지 생각을 하기위해 요구되는 시간'을 가지고 12가지 생각을 각각 뚜렷이 구별해가면서 할 수 있었다. 이 경주 팀의 멤버들은 마구가 서로 얽히는 실수따위는 하지않았다. 생각들은 투명할 만큼 분명했고, 먼 지평선을 향해 속도를 높여 질주했다. 지평선에 도달한 생각들은 마치 손에 잡힐듯이 더 또렷해졌다.

 이렇게, 이맘은 약간의 땀을 흘리면서 가늘게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었다. 그는 자신의 심안으로 '생각'의 질주를 응시하는 것 외에도, 의식 내부에서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 느꼈다. 실제로 그가 눈으로 보는 것들은 일상적으로 보았던 것들과는 그 느낌이 달랐다. 손 주위에 놓여있던 양피지 다발은 예사롭지 않은 길이, 너비, 두께를 지니고서 특별한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그의 옷은 벽의 못에 빈 채로 걸려있었지만 마치 그 속에 자신이 들어있는 듯 굴곡이 져 보였다. 그는 흔들리는 촛불이 희미하게 비추는 방 안을 이쪽저쪽으로 재빨리 훑어보았다. 눈에 보이는 사물들은 모두 단조롭지가 않고 저마다 의미심장한 모습을 하고있었다. 마치 한 30시간 정도 푹 자고나서 새로운 활력을 얻은 듯 생생하고 원기왕성한 기분이었으며, 하늘나라 천사들이 가져다준 천상의 음식을 먹은 듯 힘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그는 다시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이맘은 한동안 침상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줄기차게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밤은 깊어갔고 이예라고 불리는 한밤의 기도시간이 되었다. 이맘은 숙소에서 잠들어있는 수도승들을 깨우러 복도를 걸어갔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수도승들은 억지로 일어나 앉아서 하품을 했다. 목구멍과 폐의 노폐물을 다 끌어내듯이 기지개를 켜고, 몸을 쭉 폈다. 깊은 밤중에 알라의 축복을 간구하며 행해지는 경전의 과제를, 그들은 힘겹게 그리고 마지못해서 시작했다.

 밤이면 밤마다 되풀이되는 교리 학습은 안타깝도록 부자연스러웠다. 사실, 시시때때로 수도원의 광탑에서 들리는 뮤에진의 외침에 못이겨 하는 한밤의 기도가 단잠보다 나을게 뭐가 있단 말인가? 세계가 창조될때 흑과 백으로 낮과 밤으로 나뉜것은 각성과 수면의 구분이 애초부터 되어 있었던 것을 의미하며, 서로가 상대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경쟁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저 위대한 의지의 소유자인 알라의 계승자 마호매트라 해도 기도하려면 일단 잠에서 깨어나야 할것이다. 적어도 4시간 정도는 자고나서! 수도승들도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이시간의 기도는 참으로 힘겨운 고행이었다.

 이맘은 수도승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향기는 꽤 좋지만 맛은 아주 엉망인 검고 쓴 음료를 한잔씩 나누어주었다. 순식간에 그 음료는 그들의 꺠어있으려는 의지속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충분한 양을 쭉 들이켠 수도승은 자신이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듯이 보였다. 잠이 덜 깬 노곤함은 무릎관절에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어깨에서 축 늘어진 팔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끈질기게 끌어당기는 중력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거듭 밤이 찾아오고, 그때마다 이셰의 시간이 다가오면 이맘과 그의 수도승들은 이 카파씨앗을 달인 즙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고마운것은 그들이 이 만병통치약에 이중적의미를 지닌 이름을 붙인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카와라고 불렀는데 자극과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의미였다. 이 이름은 커피가 카파에서 건너온 관목에서 유래되었다는 기원과 더불어 커피원두가 마술적인 힘을 지녔다고 생각되는 근거가되었다.

이는 지상의 죄를 정복한후 날개달린 수레를 타고 천국에 올랐던 페르시아의 위대한 왕 카이카우스도 염두에 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