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독일을 통과하는 육로교역에는 위험이 따랐다. 제국의 모든 무역통로가 엄히 감시되었음에도 약탈과 협박이 시시때때로 일어났다. 게다가 30년 전쟁이후에는 공공연한 사기행각이 독일에서 성행했다. 라티스본의 주교인 길도발두스의 표현을 빌면 '무혈사기극'이 만연했었던 것인데 그는 1668년 이에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무역업자들이 위탁받은 물건을 부정한 방법으로 처분하는 행태가 빈발하고있다." 그러면서 주교는 이들 사기 무역업자들을 색출하여 적절한 처벌을 내리기 위해서 영토내의 부동산에 세금을 물렸다.
이리하여 이탈리아의 무역상이 독일로 떠나는 일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독일 상인들이 대거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들의 여정은 짐마차를 끌고 덜거덕거리며 캐른텐 알프스에서부터 타글리아멘토의 녹색 계곡을 지나 베니스까지 가는것이었다. 제모나와 포르토그루아로를 통과해 나아가면 석호의 도시 한가운데 대운하를 잇는 리알토 다리 근처에 '폰다코 디 테데스키'라는 대규모의 독일 상점이 있었다. 이곳이 바로 북쪽에서 온 사람들이 원하는것을 입수하는곳이었다. '폰다코'는 아랍어의 '푼두크'에서 유래되었고 푼두크는 모든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판도코스'에서 빌려온 것이다. 지중해 연안 일대에는 폰다코 디 테데스키처럼 베니스인들이 세운 다층빌딩이 산재해있었는데, 이 건물들은 여인숙으로, 가게로, 정산소로, 요새로 다양하게 쓰여 마치 후대에 아프리카와 인도사람들이 교역을 하던 재외상관과 같은 역할을 했다. 리알토 다리옆에 세워진 폰다코 디 테데스키에서는 주로 뉘른베르크, 라티스본, 아우크스부르크, 울름에서 온 상인들이 교유했다. 이들은 동방의 향신료를 구하러 내려온 이들로서 물품을 독일 짐마차꾼들에게 맡겨 국경을 넘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깨끗한 침상에서 잠을 잘수 있다는것은 상인들에게 큰 매력이었다. 베니스는 물 한가운데 있는 도시인지라 육지의 맹수인 사자문장을 그린 덧옷을 입은 상인들에게는 물위에 기둥을 박아 세운 건물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날마다 베니스의 해양상인대표단들이 창고의 상품을 처분하기위해 이곳 폰다코 디 테데스키로 찾아왔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공식적인 허가없이는 거래를 할수가 없었다. 베니스는 계약을 감독하는 중개인을 정하여 그 과정을 기록하고 건별로 세금을 부과했다. 희화사를 배우다보면 화가인 티치아노가 이들 중개인 가운데 한사람이었음을 알수있다. 말하자면 이 르네상스 미술의 대가가 고작 브로커 노릇을 하면서 월듭을 받았다는 이야기인데, 그가 자신 의 일을 진지하게 생각한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품을 하역하는 짐꾼과 마소가 내는 소음속에서 집하장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스튜디오를 세우는 일은 그에게 잘 맞지 않았던것 같다. 만약 그랬더라면 그의 그림은 네덜란드나 플랑드르파의 화풍을 지녔을 것이다.
어쨌든 레반트의 귀중한 일용품들 - 향수, 양념, 비단, 염료, 진주와 후추, 향료와 생각등 - 은 바로 이 집하정에서부터 독일까지의 긴 육로여정을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남쪽으로 향하는 화물도 있었다. 남쪽으로 가는 짐마차에는 시리아산 귀금속과 저지대 독일의 직물이 실려 이집트로 향하는 배에 선적되었다. 반면에 북쪽으로 운송된것들 대부분은 식료품과 양념이었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것들을 마차에 싣고 1년이 걸려 알프스의 고개를 넘었던 것이다. 지금은 화물기차에 싣고 세인트 고트하르트 터널을 통하여 간단히 운반할수있는것을!
그상품들 가운데 커피가 있었을까? 있기는 했지만 그 양은 매우 적었다. 베니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즐기는 가면 무도회가 성행하기전에는 라티스본과 뉘른베르크에서만 극소량의 커피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뉘른베르크 위쪽으로는 아예 수요가 없었다. 중부 독일과 북부 독일에서 커피는 바쿠스보다도 훨씬 강력한 거인과 씨름을 벌여야했다.
북유럽의 주인인 이 거인의 이름은 백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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